국내 첫 인간복제 시험 성공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 연구팀이 이번에 성공한 인간의 체세포 복제는 인간 복제의 바로 직전 단계이다. 수정란을 인위적으로 분 화시킨 '복제된 쌍둥이'를 태어나게 하는 기존의 복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복제된 쌍둥이'는 말 그대로 정자와 난자가 결합돼 생긴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세포분열된 어느 한 시점에서, 수정란을 인위적 으로 둘로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인간을 복제한다기 보다 는, 미래에 태어날 인간을 둘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에 사용되는 핵은 인간에게서 추출한 핵을 그대로 난자의 핵과 바꿔끼워,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인간과 동일한 인간이 정상적인 임신기간을 거쳐 새로 태어나는 과정이다. 체세포 복제는 난자에서 유전자가 들어있는 핵을 제거한 뒤,복제하고 싶은 인간의 신체 일부에서 떼 낸 세포의 핵을 난자에 집어 넣는 방법이다. 수정란(2n)이란 정자속 핵(n)과 난자속 핵(n) 이 서로 결합한 것이다. 정자 핵에는 남성의 유전형질이, 난자속 핵에는 여성의 유전형질이 각각 들어있다. 이 두가지 핵이 서로 결합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의 유전형질을 절반씩 가진 새로운 인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번에 경희대 연구팀이 시행한 체세포 복제 과정을 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연구팀은 먼저 30대 여성의 난자에서 여성의 유전형질을 지닌 핵(n)을 제거해 버렸다. 그 다음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난구세포란 체세포에서 핵(2n)을 빼냈다. 난구세포에서 빼낸 핵을, 핵을 제거해버려 '비어있는' 난자에 이식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자와 난자가 만나지 않고도, 이미 존재하는 개체의 핵을 난자속 으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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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핵이 제거된 난자 속에 체세포의 핵을 넣은 뒤 4세포기까지 세포분열된 상태 (위) 와 염색체들이 세포분열을 준비하며 응집 돼 있는 상태 (아래)이다. |
이같은 복제방법은 영국 로슬린 연구소가 복제양 돌리를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로슬린 연구소는 체세포에서 빼낸 핵과 난자 가 합쳐지도록 전기충격을 가했지만, 경희대 연구팀은 정자직접주입술에서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난자속으로 체세포의 핵 을 직접 찔러 넣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난자는 기존의 핵(n) 대신, 새로운 핵(2n)을 갖게 됐고, 4세포기까지 세포분열한 것이다.
이같은 복제과정에서 핵심적인 기술은 핵을 바꿔끼우는 방법과 세포분열을 유도하는 과정. 연구팀은 정자직접주입술과 유사한 방법으로 핵을 바꿔 끼웠으며, 세포분열을 유도하기 위해선 세포분 열에 필요한 칼슘 성분이 많이 가도록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어주 는 조작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체세포 복제의 성공이 곧바로 복제 인간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될 확률은 25% 안팎. 그러나 복제된 수정란처럼 비정상적인 수정란의 착상 확률은 몹시 낮다. 복제양 돌리도 2백77회의 실험 끝에 겨우 성공했다. 서울 영동제일병원 노성일 원장은 "체세포를 복제하는 기술은 국내의 몇몇 연구소와 병원에서도 보유하고 있다" 며 "체세포 복제가 실제로 인간 복제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회의 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국내적 논란
녹색연합 등 9개 환경-사회단체로 구성된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은 15일 오후 경희대 정문 앞에서 '국내 인간배아 복제 성공에 대한 규 탄집회'를 갖고 인간복제 시험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환경운동 연합은 지난 14일 오후 성명을 발표, "의료인이 지적 호기심에 이끌 려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있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 환경-사회단체로 구성된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회원들이 경희대 정문 앞에서 인간복제 시험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험을 주도한 경희대병원 이보연(산부인과) 교수는 "앞으로 이 기술이 성공할 경우 대량 장기 이식이 가능해지며, 희귀 혈액형이라도 수혈 걱정이 없어지는 등 인류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며 "조심스러운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병원 문신 용(산부인과) 교수는 "대한산부인과학회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복제 된 배아를 착상시키지 않는, 연구 목적의 시험은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은 "유전자 재조합 시험을 규제하는 조항을 신설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 위원회 법안심사에서 보류됐다"면서 "경희대병원 시험을 계기로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의원 등이 제출한 이 법개정안 15조는 인간의 생식세포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하는 시험 등을 연구 금지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생명공학 전윤리위원회' 의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복제연구 금지조항 신설
무분별한 인간복제 실험이 금지된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회의 장영달의원과 한나라당 이신의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상정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유전자재조합 실험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연구금지 대상은 인간의 생식세포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하는 실험 외에도 인간.동물의 수정란이나 체세포를 상호 융합하는실험, 인간과 동물의 수정란이나 태아를 상호 이식하는 실험, 인간의 태아나 사망자로부터 정자나 난자를 추출해 수정란을 만드는 실험 등도 포함 된다. 또 이같은 실험에 대해서는 어떤 명목으로도 연구비나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암 등 질병치료를 위한 실험이나 유전학적 연구는 공무원, 종교계, 연구기관, 산업계 대표로 구성된 생명공학안전.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인간 및 동물 복제 실험을 실시할 경우 연구결과의 활용방안 등을 위원회에서 밝히는 등 윤리적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에야 실험이 가능하게 됐다.
이와함께 개정안에서는 생명공학 연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인체나 환경에대한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유전자재조합에 관한 실험지침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내년부터 시행 된다.
국내 복제실험,국제적 논란 야기
경희大 의료원 불임클리닉 김승보,이보연 교수팀의 인간 체세포복제 4세포기 배아단계 성공발표가 뜻하지 않은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6일 『경희大 연구팀 발표가 사실이면 이는 인간 태아복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경희대 연구내용과 이에 대한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주장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BBC 보도는 ▲경희대 연구팀 발표의 사실성 여부 ▲ 영국 로슬린연구소에 이어 두번째라는 주장 ▲ 복제연구에 대한 윤리논쟁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BBC는 경희대 연구팀이 "인간복제 배아단계 성공이 영국 로슬린연구소에 이어 두번째"라고 밝힌데 대해 세계 최초로 복제양 '돌리'를 만든 로슬린연구소의 해리 그리핀 박사의 반박을 자세히 전했다.
그리핀박사는 "인간복제가 로슬린연구소에 이어 두 번째라는 것은 전적으로 난센스"라고 전제, "영국에서 인간 태아에 대한연구는 인간 수정 및 태생학관리청(HFEA)에 의해 통제되며 우리는 이 연구를 허가받은 적도 신청한적도 없다"며 인간복제연구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또 "한국 연구팀의 발표에는 자기선전적 요소가 강한 것 같다"며 "어떤 연구든 먼저 과학저널에 발표돼 적절한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말해 경희대 연구팀의언론 발표에 회의적인 의견도 피력했다.
이에대해 경희대 이보연 교수는 "논문 등으로 발표하는 학문적 형식을 밟지 않은것은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 때문에 연구를 더이상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허용기준이 명확히 정해지면 모든 것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연 박사는 또 "이번 복제가 로슬린연구소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밝힌데 대해 "영국 로슬린연구소와 에딘버러대학 연구팀이 인간복제에서 배아단계까지 성공했다는 것을 인터넷뉴스그룹과 국내 언론보도로 알았다 "면서 이를 정식 논문등을 통해 확인하지는 않았음을 인정했다.
또한 그리핀 박사는 "시험의 성공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8세 포기까지 관찰해야 한다"며 "한국 연구팀은 4세포기에서 시험을 중단했기 때문에 체세포가 복제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보연(산부인과)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경우 4세포기에서 자궁에 착상시키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시험을 중단했다" 며 "핵 치환과 4세포기까지의 세포분열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 했다"고 해명했다. 이교수는 "이 시험의 궁극적인 성공여부는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 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의학윤리 저술가이며 복제반대운동가인 영국의 패트릭 딕슨 박사는 "한국 연구팀의 발표는 세계적으로 인간복제 분야에 대한 더이상의 연구를 금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존층 보호를 위해 프레온가스 사용금지를이끌어낸 것과 같은 생명과학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보연 교수는 "인간 개체를 복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반대하지만 불치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선택적 장기복제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통제와 함께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BC는 한국 연구팀의 실험이 최근 마련된 복제 관련 가이드라인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이보연 교수의 연구가 순수연구로써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임을 암시했다.